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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2026.04.14 “통합돌봄이 뭐죠?” 콧줄 달고사는 아이 엄마도 몰랐다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6-06-04 14:31
조회
17
충남에 사는 5살 김모군은 뇌병변·청각 장애 등을 앓고 있다. 콧줄을 달아 식사를 대신하고, 집에서 어머니가 석션·네뷸라이저 등 호흡기 치료도 진행해야 한다. 몸이 안 좋아지면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향한다. 한 달에 4번꼴로 KTX에 힘겹게 몸을 싣는다.
김군 같은 중증 장애인은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가 적용된다. 김군이 거주하는 지자체도 장애인 지원 사업을 진행하지만, 김군 어머니는 “통합돌봄 말 자체를 처음 듣는다”고 했다. 당연히 이용 신청도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온종일 눈을 떼지 못하는데 재택의료, 이동지원이라도 연계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노인·중증 장애인이 집에서 의료·요양 등의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통합돌봄이 전국 지자체에서 전면 시행된 지 2주가 지났다. 하지만 ‘개문발차’의 허점은 여전하다.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들이 정보 부족 등으로 신청조차 못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전담보다 겸직 담당자가 훨씬 많은 일선 지자체에선 “홍보·발굴·상담 등의 업무를 다 챙기기 버겁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에서 뇌병변, 시각 장애 등을 가진 딸 장모(8)양을 키우는 어머니 이모씨에게도 통합돌봄은 먼 나라 이야기다. 그는 “뉴스에서 얼핏 봤을 뿐, 따로 안내가 오진 않았다”면서 “동네에 붙은 현수막도 65세 이상 어르신만 신청하라는 문구만 있다. 콧줄, 산소호흡기를 한 아이 식사·의료 등을 모두 챙겨줄 돌봄 지원이 시급하지만 기대는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강원도에 사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인 20대 김모씨는 “통합돌봄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지만, 안내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 다른 장애인들은 더 잘 모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은 “제도가 노인 중심으로 설계돼 65세 미만 뇌병변·지체 장애인 등은 사실상 각개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일부 노인 환자도 소외되긴 마찬가지다. 전남에 사는 식도암 환자 양모(74)씨에게 통합돌봄을 아는지 물었더니 “전혀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식사가 불편한 그는 방문요양 등을 원하지만, 신청 방법을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도 “통합돌봄 대상자인데 내용도 잘 모르는 중증 환자가 많다”면서 “제도의 한계를 벌써부터 노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혼자 사는 80대 백모씨는 벽에 몸을 기댄 채 재택의료팀을 맞았다. 기승국 홈닥터예방의학과 의원 원장(대한예방의학과의사회장)은 이전 진료 기록을 찬찬히 훑으며 배가 여전히 아픈지, 잠은 잘 자는지 등을 물었다.
몇 년 전 심장 수술을 받은 백씨는 하루 복용하는 약만 100알이 넘는다. 기 원장은 혈압을 확인하고 수액을 처방한 뒤 “약을 너무 많이 드신다. 일단 이전처럼 드리겠지만, 다음 달에는 줄여보자”며 환자를 달랬다. 백씨는 “혼자 있으면 불안한데 이렇게 의사가 집으로 와주니 마음에 안정을 찾는다”고 말했다.
읍면동 담당자 97% ‘겸직’, 전담·겸직 인력 33배 차이도
이러한 차이가 나는 배경엔 인력·예산 등 인프라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당수 시군구는 통합돌봄 전담 공무원 대비 겸직 인력이 훨씬 많다(지난달 기준). 그나마 본청은 전담 인원이 다수지만, 읍면동(96.8%)·보건소(70.8%) 단위에선 겸직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전북 익산시는 통합돌봄 전담·겸직 인원 비율이 33배(1명·33명), 인천 미추홀구는 32.5배(2명·65명)까지 벌어진다.
다른 복지 정책 등과 병행하다 보니 업무 과중으로 하나만 제대로 챙기기도 어렵다는 곳이 많다. 전남 곡성군 관계자는 “‘모든 걸 다 해주겠다’는 식으로 통합돌봄이 알려지면서 문의 전화가 굉장히 많이 온다. 그걸 다 답변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시 관계자는 “본사업이 시작됐다지만, 시민들의 올라간 기대치만큼 해줄 서비스가 없는 편”이라면서 “재택의료도, 정책 홍보도 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914억 예산으론 빠듯…“기존 제도 보조·연결 그쳐”
빠듯한 예산 상황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올해 편성된 통합돌봄 예산은 총 914억원 수준이다. 기승국 원장은 “통합돌봄 예산이 적어서 기존 제도를 보조하고 연결하는 역할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방문진료에 대한 예산 투자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통합돌봄 예산을 229개 시군구로 나눠 보낸 만큼 실제 쓸 수 있는 운영비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자체 예산 편성 여부 등에 따라 지자체마다 편차가 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명옥 의원은 “준비 미흡이 장기화하면 국민에게 제대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만큼, 인력·예산을 대폭 확충하는 등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종훈ㆍ채혜선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9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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