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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2026.04.13 임실에서의 비극, 누굴 위한 간병비 급여화인가 [기고]
임실에서의 비극, 누굴 위한 간병비 급여화인가 [기고]
이미지 확대보기<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전북 임실에서 들려온 3대의 비극은 이른바 '독박 간병'이 부른 참사다. 20여 년간 홀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던 60대 아들과 그의 노모, 그리고 40대 손자까지 한날한시에 생을 마감한 일이다. 60대 가장은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따며 직접 간병에 나설 만큼 헌신적이었지만, 끝내 무너졌다.
대한민국의 간병 문화는 철저히 가족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질병 앞에서 가족 중 누군가는 생업을 포기한 채 독박 간병의 굴레를 써야 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의 영역을 가족의 효심이라는 이름으로 떠넘겨 온 결과다.
이러한 참극을 막겠다며 정부는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급여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끌고 가고자 하는 현재의 방향성을 짚어보면, 과연 이것이 진정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또 다른 절망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건보 적용 이후에도 환자의 본인 부담이 체감할 만큼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본인부담률을 3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하지만, 기준 병상 구조 변경과 간병인 3교대 직고용 등의 까다로운 조건이 맞물리며 발생하는 막대한 추가 비용이 환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 겉으로는 보장성이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지출되는 총액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정부 정책의 초점이 '간병인의 질적 향상'이라는 엉뚱한 곳을 향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양질의 간병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보건의료 전문가들 역시 간병비 부담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간병인의 처우 개선만을 앞세우면, 환자의 본인 부담을 줄이겠다는 건보 적용 취지는 퇴색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천문학적인 건보 재정을 투입해 간병과 관련된 유관기관에 이익을 보장하고 간병인의 수익을 보전해 주는 결과가 예상된다. 간병 업체와 요양기관, 그리고 정부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서비스 질 관리의 책임을 명분 삼아 정작 가장 시급한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낮추는 데 실패한다면, 이 건보 적용 사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독박 간병 가족의 비극으로 관련 산업의 덩치만 키워주는 결과로 끝날 수도 있다.
철저한 고립감 속에서 서서히 메말라가다 끝내 절망을 선택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씁쓸한 간병 현실이다. 정부는 간병비 건보 적용 사업을 간병 업체나 종사자의 이익 구조를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환자와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비용에 대한 공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의료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임실 비극은 결코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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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
[출처]
임실에서의 비극, 누굴 위한 간병비 급여화인가-오피니언ㅣ한국일보